#[폴란드 교환학생] 2022 06 10 ~ 2022 06 13 갑작스럽게 시작된 마지막 여행 크라쿠프 : 네이버 블로그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후 예정되어 있던 한국에서 온 친구와의 여행 전까지 체력을 비축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계획에도 없던 마지막 여행이 잡혔다.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지난번에 프라하를 같이 갔던 주영이가 3박 4일 정도 크라쿠프 - 자코파네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켱님이 극찬을 하기도 했고 그런 동화 같은 마을을 좋아하는 나에게

개인적으로 자코파네는 나도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였는데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주영이와의 프라하의 기억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한 번 더 같이 여행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어어 나도 갈래” 해서 결정된 여행!

원래 여행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게 여행이다.

하지만 갑자기 결정된 여행인 만큼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종강일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제출해야 할 C/C++ 기말 과제와 통계학 기말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이 확정된 후 미친 듯이 몰두해서 하나하나 도장 깨기 하고 동시에 여행 계획을 잤다.

C로 개인 프로젝트를 이미 한 번 해본 게 큰 도움이 되었다 (최고 김광 교수님 아 고마워~~)

심지어 통계학 시험은 여행 출발 당일이어서 오전에 시험을 치고 오후에 크라쿠프로 떠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이 모든 걸 했는지 의문

야무지게 프로그램 사용법까지 다 작성하고 보내드리고!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통계학 공부도 하고!

틈틈이 계획도 짰다!

진짜 한 주 만에 저거 다 어케했노…

오전에 Morasko가서 통계학 시험까지 다 치고 나니 이제 진짜 여행의 시작이었다.

12:45에 Poznan main에서 출발해서 장장 5시간 정도를 가야 첫 목적지인 Krakow에 도착할 수 있다^^

와! 421km~~

미리 맥도날드로 배도 채우고 기차도 정시에 탔다!

그러나 가는 길은 쉽지 않았는데 우선 내가 탄 호차에 무슨 축구 원정을 가는 잼민이 30명이 기차 한 칸에 다 탔다.

거기다가 축구 코치가 슈퍼 ENFP 인지 계속 나한테 말을 걸었다.

분노한 나의 인스타스토리

여기가 키즈카페인지 기차인지 정신이 나갈 무렵 두 번째 재앙이 찾아왔다.

검표원이 표 검사를 하셔서 나는 내 표랑 학생증을 보여드렸는데 갑자기 내 학생증이 Expired 됐다는 거..

그래서 물어보니까 뒤에 홀로그램 스티커가 이미 3월에 만료되어서 재발급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에엥 하고 학생증을 보니 진짜였다! 우리 학부에서 10월 만료 스티커를 붙여줬어야 하는데 실수로 03월 스티커를 붙여준 것.

하지만 장화 신은 고양이 빙의해서 불쌍한 표정으로 자초지종 설명하고 ISIC 카드 보여주니

“It’s okay for me but you need to renew this”라며 봐줬다 (고맙다 라모스 닮은 검표원 아 ~~)

두 번째 스티커는 나중에 여행 다녀와서 다시 붙였다 AMU 이 녀석들 ^^

뭔가 이번에는 넘어갔지만 돌아올 때는 아닐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크라쿠프 도착!!!

주영이는 이미 아침에 도착해서 소금광산에 가있는 상태였다.

19:30에 오기로 해서 혼자 숙소에 가서 짐을 두고 시간 맞춰서 마중 나가기로 했다.

숙소는 역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어서 걸어가기 충분했다.

룰루~ 혼자 음악 들으면서 숙소 근처에 이르렀을 때 숙소 앞 계단에 어떤 사람이 서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고 뭔가 뚝뚝 흘리고 있었다.

뭐지 하고 가서 보니 피.. 그것도 좀 많이.

아니 무슨 유월절도 아니가 문지방에 피를 바르고 튄 건지 깜짝 놀랐지만 조심조심 피해서 들어갔다.

복도에 건물 관리인을 만나서 설명해 준 뒤 숙소 입성!

조금 쉬다가 주영이가 올 시간에 맞춰서 밖으로 나섰다.

올 때는 숙소를 찾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주변을 잘 못 봤는데 크라쿠프 참 예쁜 도시였다.

초록색인 포즈난의 트램과 달리 여기는 파란색이 인상적.

소금광산을 다녀온 주영이가 무사히 버스에서 내렸고

타지에서 포즈난에서 보던 친구를 보니 더 반가웠다.

배가 고파서 저녁을 먹으러 갈까 싶었지만 그전에 미니상한테 추천받은 버블티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Bubble Kingdom]이라는 곳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갑자기 직원이 냅다 우리한테 “어서 오세요” 했다.

엥? 지금 내가 들은 게 맞나? 파란 눈 금발의 외국인이 너무 구수하게 인사해서 깜짝 놀람.

알고 보니 직원분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서 독학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셨다고 했다.

거기다가 맛도 좋아서 갑자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장주영 특) 기분파임

여기 꼭 가서 남자 직원이 있다면 한국어로 인사하자.

주영이랑 밥 먹기 전에 크라쿠프 중심부 주변을 산책했다.

중심부를 뭔가 성벽처럼 빙 두르고 있는 독특한 구조였는데 녹음이 많고 해 질 녘이라 참 예뻤다.

저녁 메뉴는 서로 괜찮은 곳을 하나씩 찾아서 동시에 톡 방에 올리기로 했는데 둘 다 같은 곳을 찾았다 ㅋㅋ…

폴란드 전통 음식점이었는데 구글 평점도 높고 맛있어 보여서 여기로 결정!

식당이 지하에 있는 조금은 독특한 구조였는데 분위기가 참 따뜻했다.

직원분도 친절하게 설명도 잘해주시고 만약 다시 크라쿠프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음식은 프라하의 콜레뇨와 비슷한 족발 요리였는데 이것도 엄청 맛나고 양도 많았다.

사이드로 시킨 건 치킨 샐러드였는데 먹고 남길 정도로 양이 많았다.

식사를 하고 나니 거의 밤 22:30 이었다.

크라쿠프는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이라 올드타운을 안 보고 가면 좀 서운할 것 같아서

주영이랑 밤 산책을 하기로 했다.

포즈난의 올드타운은 이 무렵 완전 공사판이었는데 크라쿠프는 달랐다.

훨씬 더 크고 아름다웠다. 인도로 마차가 지나다니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여기저기 켜진 불도 화려했다.

이미 늦은 시간이기도 하구 주영이가 추워해서 밤 산책은 이만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내일을 위해 팩을 했다.

둘 다 지난 부다페스트 여행 때 산 슈렉 팩이 남아 있어서 각각 슈렉과 피오나가 되었다.

그렇게 크라쿠프에서의 첫날이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