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교환학생] 2022 06 10 ~ 2022 06 13 아우슈비츠 개인 여행의 종착지 : 네이버 블로그

그렇게 푹 자고 일어나서 오늘은 자코파네 전경이 한 번에 내려다보이는

Gubalowka에 가보기로 했다.

산 위에 있는 곳이라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해서 일찍 나가야지 했지만

내가 엄청 늦잠을 자버려서 13:30쯤 나왔다.

어제는 좀 우중충했는데 오늘 날씨는 최고였다, 반 팔 입어도 안 추울 날씨

한 30분 정도 걸어서 탑승장에 도착했다.

탑승장에 가는 길에 지난번 포즈난에서 먹었던 염소치즈로 만든 간식거리가 엄청 많았다.

몇몇 상점은 그릴에 구워줬는데 그 향이 너무 좋아서 빨리 먹어보고 싶었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면 더 맛있는 집이 많다길래 일단 참아봄 ㅠ

정상에 도착하니 정말 장관이었다.

자코파네가 왜 폴란드의 알프스라는 이야기를 듣는지 알 것 같았다.

홀리몰리

보니까 저기 루지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저건 정말 못 참는다.

하지만 우리 아직 점심도 아침도 안 먹었기 때문에 우선 주변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저 산 아래 세상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기 위는 정말 평화로웠다.

하하 호호 떠드는 사람들, 풀 뜯는 양 떼들 그 모습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지나가다가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작고 귀여운 교회였는데, 동화에나 나올법한 교회였다.

야외에 의자가 있고 울타리 없이 교회로 들어가는 문 만 덩그러니 하나 있는.

내가 본 교회 중에 가장 예뻤다.

이상하게 배가 고프지는 않아서

잠시 주영이랑 앉아서 레모네이드를 한잔했다.

절대 주영이가 커피를 못 마셔서 그런 게 아니다.

사진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이건 레모네이드가 아니었다…

그냥 미지근한 레몬 물 뭐 아무렴 어떠나 행복했다

염소치즈는 조금 있다가 먹기로 하고 루지를 타러 갔다.

포즈난에서도 타보고 양평에서도 타 봤는데 여기 루지가 제일 길고 재밌었다.

중간에 어린아이들 때문에(?) 덕분에 정체구간이 생겨서 속도가 느려졌지만

(사실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조금 쫄았지만 이 친구들 덕에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돈값 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 타고 싶어진다

1회에 3천 원 정도 했으니 꼭꼭 타보길

루지를 타고 보니 이제 슬슬 배가 고파져서 드디어 점심을 먹으러 가나 싶었는데

진짜 저 위에 먹을 게 없었다 ㅠㅠ

그래서 드디어 염소치즈를 하나씩 사서 먹었다.

Cranberry Jam이랑 같이 주는데 같이 먹으면 진짜 존맛 ㅠㅠ

석쇠에 구워서 그런지 불 맛도 나서 맛있었다.

이제 내려가야 할 시간이라 마지막으로 풍경을 한 번 더 눈에 담고 내려왔다

Gubalowka 안녕~~

놀랍겠지만 이게 진짜 우리 점심의 끝이었다.

와플 하나 사서 먹은 것 빼곤? 우리 왜 점심 안 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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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6 13

자코파네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좀 타이트한 일정이긴 했지만 폴란드 남쪽까지 내려온 이상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아우슈비츠 수용소.

거기로 가려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다시 버스를 타고 자코파네를 빠져나와야 했다.

7시부터 일어나서 8시 버스를 타고 크라쿠프 역으로 왔다.

역에 도착해서 우선 짐부터 락커에 맞기고 크라쿠프에서 유명하다던 피자빵을 먹었다.

사실 이름을 까먹었다.

근데 저것도 진짜 맛있었다, 나는 모든 음식을 잘 먹기 때문에 맛없는 음식을 찾기가 더 힘들다.

자코파네 중앙역에서 아우슈비츠가 있는 오시비엥침 까지는 또 버스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이쯤 되면 폴란드에 있는 대중교통은 다 타보는 듯.

아우슈비츠에 도착해서 우선 다큐멘터리 영상을 봤다.

왜 여기가 설립됐고 어떤 목적으로 운영됐는지 알려주는 영상이었다

기본 언어는 폴란드어로 나오지만 16개 언어로 번역되어 나오니 걱정하지 말자

무려 한국어도 있다.

영상 시청이 끝난 후 오늘의 가이드분 과 함께 제1 수용소 안으로 이동했다.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된 건 그 유명한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고 적혀 있는 문

자의에 의해 들어간 사람도 없었고 나온 사람도 없었다.

가이드분이 이 건물 저 건물 옮겨 다니며 설명을 잘 해주셨다.

당시 나치의 참혹상을 잘 보여주는 사진들과 끌려와서 분류당한 사람들의 안경, 신발, 머리카락을 모아둔 곳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섬뜩했던 건 아무래도 머리카락이었는데 사람의 인모를 모아놨다는 게 충격이었다.

그 방은 사진을 찍지 못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양 벽을 가득 채운 희생자들의 신발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보여준다.

제1 수용소 끝자락에 그 유명한 히틀러의 가스실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아마 오시비엥침에서 가장 차갑고 무서운 곳이지 않을까?

여기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었을 생각을 하니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 옆에는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가 있었는데 여기는 연기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이 심란해진 이때부터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두 방울 투둑… 투둑… 떨어지다가 나중에는 동남아 스콜처럼 폭우가 내렸다.

심란해진 나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정말 펑 펑 내렸다.

우리는 우산을 준비하지 않아서 처음에 내가 쓰고 있던 모자를 나눠쓰며 버티고 있었는데.

제2 수용소인 개활지로 이동했을 땐 우비나 우산이 필요했다.

저 아조씨 본인은 우산 있다고 계속 실외에서 이야기하심;

제1 수용소까지만 보고 돌아가기는 너무 아쉬워서 일단 비를 뚫고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하나님이 날 버리시진 않았는지 기념품 숍에서 우비를 팔고 있었다.

주영이랑 후다닥 하나씩 사고 저만치 달아난 가이드분을 따라갔다.

하지만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우비를 뚫고 들어왔다.

엄청 기대한 장소였는데 날씨 때문에 일정을 망칠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꿀꿀했다.

근데 주영이가 옆에서 계속 괜찮다고 해서 괜찮았다.

말 한마디였는데 진짜 그 말 듣고 괜찮아져서 신기했다.

그래서 비 맞으면서 막 웃었다

그렇게 제2 수용소 투어를 끝내고 다시 크라쿠프로 돌아갈 시간이 됐다.

버스를 타고 수용소를 나오는데 거짓말처럼 비가 딱 그쳤다.

아마 비 속에서도 우산이나 우비 없이 그 시절에 노동을 해야 했던 희생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공감해 보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아우슈비츠 정말 오길 잘 했던 것 같다.

이제 타고 왔던 버스를 타고 크라쿠프로 돌아갈 일 만 남았는데.

버스가 없었다..?!

친구가 버스가 30분에 한 대씩 있다고 말해줘서 아무 생각 없이 타러 갔는데

알고 보니 거의 2시간에 한 대 오는 미친 배차간격이었다…

크라쿠프에서 포즈난으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다음 버스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이번 여행은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게 목표였나 보다.

시간도 어정쩡하게 남았고 저녁도 먹어야 해서 옆에 아무 레스토랑이나 들어갔다.

까르보나라와 감자 고기 요리?를 먹었는데 그럭저럭 먹어줄만했던 듯.

마음을 내려놓으니 모든 게 괜찮았다.

기차를 놓치면 뭐 하루 더 자고 가면 되는 거고 걱정할게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너무 걱정을 안고 살았나 보다.

버스는 다행히 제시간에 와서 이른 시간에 우리를 크라쿠프 중앙역에 내려줬다.

하루 더 여행을 연장할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냥 기차를 타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하루 더 연장하며 크라쿠프를 돌아볼 걸 그랬다.)

기차 안에서 주영이랑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꼬박 5시간을 달려왔다.

그렇게 포즈난에 도착하니 새벽 3시가 넘었다.

몹시 피곤했지만 남쪽나라까지 가려면 또 20분 정도를 가야 했다.

사랑한다 Osinowa….

그립네 포즈난

무사히 집에 도착한 나는 그제야 쉴 수 있었다.

사실 비에 쫄딱 젖은 상태로 12시간가량 있어야 했는데 몸이 피곤했다.

발이 팅팅 불어있어서 사진을 찍어 뒀나 봄

(발 사진 주의)

이렇게 나의 개인 여행은 끝이 났다.

그다음은 한국에서 친구가 와서 친구와 같이 한 3주 정도 다녀왔다.

그 이야기는 차차 시간이 나면 올리도록 하겠다.

자코파네, 아우슈비츠, 폴란드에 와보고 꼭 가보고 싶어 했던 여행지였는데 완전 대만족이었다.

자코파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시비엥침은 나에게 빗속에서도 웃는 법과 인간의 악함을 가르쳐줬다.

또 인천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시작된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져서

내 마지막 개인 여행에 함께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이제는 또 다른 좋은 인연의 시작점이 됐다.

원래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러니 지금을 즐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