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교환학생] 2022 04 29 ~ 2022 05 02 우리는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런던 2편
#[폴란드 교환학생] 2022 04 29 ~ 2022 05 02 우리는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다 : 네이버 블로그
2022 05 01(일)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내가 유럽에 교환학생을 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해외축구 경기 직관, 그중에서도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의 경기를 직관하러 가는 날!
이날은 일요일이라 한인 민박에 아침을 주지 않는 날이라 좀 자다가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8시쯤 되니 사장님이 깨우심
???? 어리둥절해서 이 모습으로 부시시 일어났는데
이번 숙박하는 사람들이 맘에 들어서 일요일인데도 밥을 해놓으셨다는 거;;
그냥 자려고 했는데 이건 못 참지 바로 내려가서 짜장밥 조지고 옴
사장님 덕에 일찍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음.
그래 여행 와서 누워있어봐야 뭘 하겠나
오늘은 11시부터 진행되는 버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 가야 하기 때문에
9시쯤 집을 나섰다.
이 공원은 지날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된다.
소윤 다원이랑 버킹엄 전에 9시 반쯤 빅벤에서 만나기러 했는데 쵸큼 늦어져서
바로 버킹엄으로 갔다.
빅벤 쪽에서 버킹엄으로 걸으면 하이드 파크를 만날 수 있는데
정말 시간만 더 있었으면 여기서 일부러 헤매고 싶을 정도로 날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냥 별거 없는 긴 공원인데 그 평화로운 분위기랑
여기저기서 들리는 새소리, 꽃에 홀려서 그랬나 보다
날도 약간 춥고 정신도 맑게 할 겸 공원 안 노점상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다.
유럽은 주말이 되면 여기저기서 참 많이 마라톤을 한다.
나는 그런 마라톤의 저주에 걸린 건지 항상 내가 가는 길에 마라톤 코스가 있다.
포즈난에서는 마라톤 때문에 트램이 안 와서 1시간 10분 동안 집에 걸어간 적이 있고
교회를 늦은 적도 있다.
그래…. 그것까진 참을 수 있다 치자…
근데 영국까지 따라올지는 몰랐다.
길을 막아서 20분 정도 돌아가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근데! 왜!!!!!!!!!!!!!!
이 행사 때문에 버킹엄 근위병 교대식이 취소되는 건지 설명 좀 해줄 사람 ㅠㅠㅠ
심지어 이때 로밍 한 데이터가 다 날아가서 순식간에 국제 미아 되어버림
소윤, 다원이랑 이제 카톡도 안되어서 꼼짝없이 이마트에서 엄마 잃어버린 애 마냥
그 자리에서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ㅎ
커피를 마시면서 침착한 척했지만 달달 떨고 있었음
그래도 어떻게 알았는지 소윤이가 날 딱 찾아냈다 ㅠㅠㅠ
포브스 선정 가장 반가운 순간 1위
이젠 데이터가 없어져 버려 짐짝에 불과한 나를 데리고 소윤 내비게이션이 척척척 길을 찾아냈다.
어디로?
바로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으로
버킹엄 교대식은 못 봤지만 아무렴 어때 내가 영국에 온 이유는 토트넘인데!
이미 저 간판이 보일 때부터 나랑 소윤이는 소리 지르고 있고 다원이는 한심하다는 듯 보고 있었음 ㅋ
당연함 사실 여기는 경기장으로부터 도보 20분 정도 떨어져 있음
세븐 시스터즈 역에서 내려서 쭉 토트넘 팬들을 따라서 걷다 보면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 도착할 수 있는데 가는 길에 유니폼 입은 사람들 대부분이 손흥민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한국인 아니고 다 현지 분들이었음
우리는 경기 시작 2시간 정도 전에 도착했는데
오히려 근위병 교대식을 스킵하고 온 게 전화위복이 되었다.
사람이 아직까진 그렇게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간단한 짐 검사를 하고
경기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메가 스토어로 이동했다.
스토어만 봐도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차지하는 위상을 볼 수 있다.
미스터 토트넘이라 불리는 해리 케인의 유니폼이 2칸 정도 걸려있었는데 손흥민 선수 유니폼은
그냥 한쪽 벽이 손흥민 7이었는데 그 외에도 목도리 등 다양한 물품에 손흥민 선수를 찾을 수 있다.
이쯤 되면 미스터 토트넘은 손흥민 선수인 듯.
나는 손흥민 선수의 유니폼을 샀고 홀린 듯 머플러까지 질러 버렸다 호호
그리고 입장을 한 뒤 바로 옷 입고 사진 찍었다.
극성팬처럼 보이는 것 같은데 극성팬 맞음
옷 입고 사진 찍고, 걸어 다니니까 여기저기서 현지 분들이 말을 걸어왔다.
“GO SONNY!”
그리고 어떤 사람은 “Sonny has been benched today” 그래서 내가 “WHY WHY”
그러니까 장난이라면서 경기 잘 보자고 어깨 두드려 줬음.
내가 외국에 와서 가장 환영받은 순간이었다.
진심 너무 행복했고 국뽕이 머리까지 차올랐다.
드디어 안으로 들어와서 먹을 걸 좀 사기전에 구장을 둘러봤다.
사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엄두도 못 내고 치킨 & 칩스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다
줄 서 있는데도 계속 Go Sonny!! 말 걸고
축구라는 어떻게 보면 생산성 하나 없는 행동에 사람들이 이렇게 미쳐있는 게 참 신기했다.
나는 치킨 & 칩스랑 맥주를 시킬지 콜라를 시킬지 고민했는데, 가지고 다니기 편할 것 같아서 PT 콜라를 주문했다.
근데…;;;
이렇게 뚜껑을 따서 주는 게 아니겠음?
왜 뚜껑 안주냐고 물어보니까 하도 사람들이 경기장으로 던져서 병뚜껑이 금지됐다 함 ㅠ
그냥 맥주 마실걸..
음식을 들고 자리를 찾아갔다 내 자리는 503번 구역에 있었는데 3층에 위치한 자리였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1층 손흥민 선수가 보이는 위치를 선호한다는데 그러면 경기가 잘 안 보인다.
그래서 나는 선수도 어느 정도 보이고 경기도 볼 수 있는 503번 구역을 선택했다 ㅎㅎ
그리고 영국 현지 분들의 응원 문화를 느끼기에 이곳만 한 곳이 없다
마침내 경기 시작!
이날의 경기 내용은 21-22시즌 레스터 - 토트넘 하이라이트를 참고하도록 하고
손흥민 선수가 그냥 날아다닌 날이었다 2골 1도움…
옆에 어떤 영국 신사 분이 앉아서 같이 경기를 봤는데 경기가 시작하자 바로
“FXXking”, “SXXt”, “FFS”의 향현
난 우리나라가 제일 욕을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덕분에 너무 재밌게 봤다.
골이 들어가자마자 옆에 아저씨랑 하이파이브하고 안고 난리도 아니었음 ㅋㅋㅋㅋ
사실 이 아저씨 골 들어가기 5분 전에 손흥민 개같이 못한다고 욕하고 있었는데
들어가니까 “I Knew it I Fxxking Knew it” 하면서 방방 뛰더라
뒤에 계시던 분들은 계속 “Well done Son” 하면서 내 어깨를 자꾸 두드려 주심
나 혹쉬 손흥민인가?
진심 돈 하나도 안 아까운 순간이었다.
아마 내 인생에 마지막에 고인의 개쩌는 순간을 영상으로 틀어준다면 이 순간 분명 들어갈 듯
토트넘 뽕 들어간 장주영? 이거 못 막습니다
우리는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9분 같은 90분의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을 떠나기가 너무 아쉬웠지만 가야 했다.
시간이 5시쯤으로 조금 애매한 시간이라 런던에 온 김에 향수를 하나 사러 갔다.
예전부터 내 시그니처 향수를 하나 사고 싶었는데 조 말론이었으면 했다.
내 최애 향수는 끌로에 향수인데 난 머스크 향 보다 달달한 플로럴 향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향수는 [Tuberose Angelica]
사고 보니 여성 향수라는데… 난 아주 만족이다!
돌이켜 보니 런던에 와서 제대로 된 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
샌드위치, 버거, 치킨이 전부였음…
그래서 오늘은 좀 사치를 부려서 한식을 먹기로 했다 내 숙소 근처에 괜찮은 한식집이 있어서
애들이랑 같이 김치찌개에 숙주볶음 그리고 해물파전을 조졌다.
그리고 아사히 병맥도 먹었는데 내가 먹어본 병맥 중에 제일 맛났다
맛 잘 알 한다원님의 입맛을 통과한 맛집!
저녁을 먹고 나니 7시쯤이었는데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서
친구들 숙소 근처로 가서 한잔 더 하기로 했다.
애들은 자기 숙소 가는 길이 진짜 무서우니까 마음 단단히 먹으라 했는데
나는 그 길이 너무 이뻤다.
뭔가 찐 로컬 사람들이 사는 동네였는데 해리 포터에 나오는 [프리 빗가] 느낌
런던은 왜 집도 이쁠까?
근데 진짜 숙소에 가까워 오니까 왜 단단히 먹으라는 줄 알겠더라…
무슨 시장을 하나 통과해서 가게 되어 있는데 이 시장이 우리나라 70년대 동네 시장 느낌이다.
유색인종들이 엄청 많고 거리는 더럽고 비린내 엄청나고;;;
그냥 밤에 여기 혼자 걷다가 납치되면 그건 일도 아닐 듯한 거리였다
저 장기 깨끗하지 않습니다 살려주세오.
무사히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두고 근처 펍을 찾아다녔다.
중간에 어떤 펍에 들어갔는데 손님이 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도전 골든벨하고 있었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로컬 펍에 갔는데 여긴 찐 아재들이 하루의 끝을 위로받으러 오는 그런
소울 플레이스였음.
그런 곳에 3명의 동양인이.
맥주를 주문하려는데 갑자기 주인분이 나를 막더니
“외람된 말씀이지만 상처받지 말고 들으십시오 혹시 몇 살이십니까” 하는 거
그래서 뭐지 하면서 “I am 23” 하니까 “Oh you look young”
껄껄~~~ 상처라뇨 ~~~~
얘들아 나 민증 검사받는다~~
소다랑 여기서 런던 여행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참 신기한 인연이다.
한 명은 3년 만에 블로그를 통해 연락이 닿아 지구 반대편 런던에서 만나고
한 명은 어쩌면 서로가 있는지도 모른 채로 쭉 살아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졌다.
알바하면서 같이 휴대폰으로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보던 사람들이
영국 런던에서 직관을 하기까지 돌이켜 보면 진짜 기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저 친구들의 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그들과 함께 보낸 3일이
마치 오랜 친구와의 시간처럼 난 참 편했다.
고마웠어 정말로
가게가 마감할 시간이라 이제 나와서 버스를 타러 갔다.
가는 길까지 친구들이 배웅해 줬다
나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소윤이 폰을 사진 찍어서 겨우겨우 버스를 탑승해서 숙소로 갈 수 있었다.
애들이랑도 인사하고 버스에 탑승해서 오는데 런던의 마지막 밤이라 하니
너무 아쉬웠다.
살면서 런던은 꼭 다시 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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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5 02(월)
아쉬웠던 런던의 마지막 밤이 가고
오늘은 포즈난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ㅠㅠ
한인 민박 사장님이 분명! 조식은 화~토 만 준다 했는데 월요일 아침인데 또 나를 깨웠다.
??? 무슨 일 시죵?
또 아침을 해놨으니 먹으러 오라는 거?
이유를 물어보니 그냥이라고 하셨다.
이쯤 되면 룰이 왜 있는 거지
난 아침이 걱정이었는데 덕분에 너무 맛있는 카레라이스를 먹고 아침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사장님이랑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공항버스를 타러 Victoria Station으로 갔다.
이 와중에 사장님은 교환학생이라고 자꾸 도시락을 챙겨주시려고 했다.
츤데레 사장님의 정석인 듯
난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완죤 삘로만 여기 버스 설 것 같은데… 하면서 갔는데
정답!
길치 특) 일단 걷고 봄
그렇게 무사히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Osinowa로 왔다
이날은 폴란드 국경일인 [국기의 날] 이었다
집집마다 국기를 걸어둔 게 너무 이뻐서 사진을 하나 찍었다
아마 이 동네도 많이 그리 울 것 같다.
집에 오자마자 손흥민 선수의 유니폼과 머플러를 창가에 걸었다.
이제 이 창가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있다
애식이, 유니폼, 햇살
이렇게 나의 6번째 여행이 끝이 났다.
정말 만족도가 높은 여행이었고 여행 동안 이렇게 맘 편하게 다녀본 적은 처음이다.
외국인이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라는 사실이 왜 그렇게 좋은 건지.
내가 “Thank you very much, have a nice day”라고 하면
“You have a wonderful day, take care my dear”라고 답을 해주는데 그게 전혀 빈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그런 말을 해줬다는 거에 진심으로 그쪽에서도 고마워해주는 게 느껴진다.
그만큼 내게 런던은 따듯했던 도시로 기억되리라.
그리고 이 여행이 이렇게 완벽했던 이유는 너무 좋은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번 소다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꼭꼭 다시 방문할게 그때까지 안녕 런던!
이젠 여기가 어디인지 난 안다 :)